지겨웠던 한 해였다. 참 힘이 많이 들었다.
열심히 살지도 않았으면서 뭐가 그렇게 힘들었냐고 엄살이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저 열심히 살지 않아서 힘들었다.
무언가에 미치고 몰두해야 힘듦을 모르고 살 수 있는데, 몰두를 못 했다.
그저 흐지부지. 뭔가를 야심 차게 시작해도 항상 용두사미 엔딩.
ADHD가 의심되는 집중력과 의지.
이런 내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괴로운 한 해였다.
학부생으로서 마지막 해는 좀 멋지게, 열심히 살아보자는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졸업 전에 어디 서류라도 붙어보자, 코테라도 뚫어보자고 다짐했는데...
계획했던 '취준'은 물 건너간지 오래.
어디 지원조차 못 해보고 4학년이 끝났다.
사람은 참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지난 십몇년간 해왔던 버릇을 못 고치고
지난 일년간 모든 일을 막판에 휘몰아쳐서 끝냈다.
항상 마감기한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일을 미루고 미루기를 반복...
'아 귀찮아, 어차피 이거 내일 해도 되니까 오늘은 쉬어야지'
프로젝트도 그렇고, 시험공부도 마찬가지.
덕분에 이번에 컴퓨터구조론에서 B0를 받았다. ㅋㅋ
이번에 수강과목 몇 개 되지도 않았는데...
미리미리 들어야했던 녹강 시청하기를 시험 전날까지 계속 미루다가 망해버렸다.
이번에 컴구를 열심히 공부해서 컴공 지식을 함양하려고 했는데 ㅎㅎ
어림도 없지.
이렇게 나의 다짐은 항상 막판에 물거품이 된다.
Seriously, why am I like this?
제발 그만 미루고 싶다... 미리미리 해야 할 일들을 잘 끝내놓고 싶다.
이게 왜 이렇게 힘들까?
내년에는 이걸 좀 고쳐볼 수 있으려나?
......
일단 고치려고 노력을 해보자. 차차 나아질 수 있겠지.
사람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성격인데, 사람을 만날 수 없었던 점도 한 몫했다.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간의 회포를 풀고,
쓰디쓴 커피를 마시며 씁쓸한 인생에 대한 한탄을 같이 해야 하는데,
그놈의 백신패스 때문에 통 그러질 못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었고,
항상 똑같은 친구들과 만나서 하는 똑같은 대화는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취업 어떡하냐, 뭐 해 먹고사냐, 살 빼야 하는데, 걔는 이래서 재수 없더라,...
시간 아까운 이야기 주제들.
그래서 이젠 나를 위해서, 친구들과 거리를 좀 두고 살기로 했다.
다들 자리를 잡기 전까지 당분간은 서로 우울한 얘기밖에 못 할거 같아서
서로를 위해 안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우울도 전염되기에, 내가 내 우울을 친구들에게 전염시키고 싶지도 않고
남의 우울이 나에게 옮는 것은 더더욱 싫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듣기 싫은 건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들.
I never asked for your advice라고 면박을 주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기에...
거리를 두자. 보고 싶어도 정말 가끔만 만나자. 그게 최선인 것 같다.
한 해동안 참 많이 아프기도 했다.
마음이 참 많이 아팠고, 몸 여기저기가 계속 아프고 쑤시다.
살도 꽤나 많이 붙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불규칙적인 삶과 운동량 부족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정신 좀 차려서 쓸데없이 붙은 지방을 좀 떼어내고,
아침에 좀 인간다운 시간에 일어나서 생활해야겠다.
오후 12시에 일어나니까 하루가 너무 짧다... ㅋ
그리고 뭐라도 좋으니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
몸이 항상 찌뿌둥하고 무겁다. ㅠㅠ
Another reason to hate myself.
땀 많이 흘리고 정상적인 수면패턴 지켜서 내 자신을 다시 사랑해주자 ㅠㅠ
참 탈 많고 여러모로 반성할 게 많은 한 해였다.
반성할 거리를 다 쓰려면 끝도 없지만, 일단은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너무 다 쓰면 자괴감 들 것 같아서...
아무튼 고생 많았다 이유민.
내년도 힘들겠지만... 잘 견뎌보자.
뭘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주눅 들지 말고 잘 헤쳐나가보자.
- 2021.12.3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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